∵ leothelion ∴ 2024-08-10 ∞ 2'
8월1일 아버지에게 한 커밍아웃. 그리고 예상했던 아주 지극히 예상해 왔던 반응. 어차피 아버지는 나랑 매일 소통하는 관계도 아니잖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다음번 통화할 때는 몇 개월 후 임을 암시한 말에 대해 내가 너무 과민하게 생각하는걸까? 그런데 그러기에는 아버지가 한 다른 말들이 너무 마음에 걸려. 아마 내가 연쇄강간범라고 했어도 이보다는 반응이 더 좋았을거야. 나는 뭐 잘못한것도 없는데 "사회적 통념"이라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이유 하나만으로 아버지는 나는 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며느리라는 아직 보지도 못하고 있지도 않는 존재에 대한 환상을 버린가는 가스라이팅도 아주 크렘-델-라-크렘. 오만가지 생각이 드네. 내가 며칠간 보낸 사진들을 읽씹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전혀 이 상황이 나아질거라고 보지 않아. 최악의 시나리오를 또 그려야지.
아버지는 나를 버리게 되겠지.
지금부터라도 마음의 정리를 해야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 아버지는 명확하게 나를 버린거야.
엄마도 최근 이상해. 엄마가 생각하는 아들과 지금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일까. 나는 엄마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성일지도 몰라. 지금까지 내가 봐온 엄마의 행동거지를 볼 때 그런것 같아. 하지만 나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기도 하지. 엄마는 아버지나 누나랑은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 했던 얘기 또 하는거를 나는 너무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기 때문에 내가 잘못 길들인 엄마의 버릇일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해오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암수치가 올라감에 따라 받은 스트레스를 이용해 아버지의 삶을 조종하고픈 엄마의 모습에 공감하지 않자 엄마는 돌변했버렸어. 7월 초부터 거의 매일하던 전화통화는 한번도 하지 않았고, 간간히 보내는 문자도 문자라기 보다는 정말 간단한 안부; 내지는 카카오톡 앱에 있는 "이모티콘"만 보내는 정도. 나의 입장으로 볼 때 "실패한 외교"일까?
재작년에 내가 교육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고 말했을 때, 내가 자살얘기를 꺼내니까 보인 반응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야. 나는 진짜 "엄마"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어. 참 무서운 사람이야.
부모 얘기는 그만 하자.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솔직한 삶을 살고 싶어. 그리고 그 대가를 치루고 있는거야. 나는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 치루어야 하는 대가라고 밖에 설명을 못하겠다. 설사 내 부모가 나를 버린다 하더라도 나는 나를 버리지 않을거야.
재영아. 네 옆에는 너를 사랑하고, 우러러보고, 또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 사람들과 함께, 그렇게 살아가는 게 얼마나 고팠는지는 너도 잘 알잖아. 셰인을 만난 것만큼 큰 축복도 없을거야. 너는 이것들을 잊지 말아야해. 지켜나가야해.
삶은 이런 식으로 슬퍼하기에는 너무 짧아. 너는 너의 삶을 살아가는거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어.
기억해라. 너는 강해. 지금까지 살아온 너의 길을 잘 살펴봐.
너는 실수하지 않아. 모든 돌을 밟아가며 앞길을 다져놓는 사람이 바로 너야.
그리고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부모"와 "자식"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못하면 너는 너무 많은것을 잃게돼.
하지만 네 삶이잖아. 너는 너를 지켜야해. 항상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