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othelion ∴ 2024-09-05 ∞ 2'
한달간의 차단 이후 다시 연락은 이어진다.
아빠는 9월 1일 보낸 해피 파더스 데이. 알고보니 나를 무시했다고 생각한 예상은 빗나가고 사실은 며칠 늦게 답한 것 뿐이었다. 나는 아무 말 안했는데 스샷을 찍어서 보내셨더라. 물론 여전히 "대화"라는 것은 안 하고 있고.
엄마는 나한테 아침부터 전화를 하셨다. 물론 받지 않았지. 아버지를 설득하라는 내용이었거든. 아버지는 암 치료를 위해 일본에 갔다온다하신 모양인데 엄마는 이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방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말해놓고서? 이야기가 기승전결이 없이 그때 그때 통고식으로 하니 당혹과 당황으러움 두려움이 너무 버겁다 하신다. 답정너가 어떻게 소통을 바래?
아버지도 좀 그래. 언제 가냐 물었는데 "곧 갈거야 ㅎㅎ" 이 지랄을 하네? 그러면서 엄마를 설득하라고? 둘 다 너무 이기적이잖아. 나는 엄마와 아버지의 소통하는 기계가 아니야. 나 당신들 아들이라고.
나를 이용해서 소통이 되는거면 그건 소통이 아니지. 부부상담사를 봐야하는 일이야. 나는 일방적으로 누구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도 싫고 누구의 비둘기가 되기도 싫어. 나는 지금 나 사는거도 벅찬데 (물론 더 행복하니까 이 쪽이 ㅎㅎ) 누구의 감정을 더 소화해낼 여유가 없어.
그리고 며칠 후 [엄마는] 내 대문사진 때문에 또 뭐라 하신다. 휴머를 휴머로 알아듣지 못하는거는 저번에 보낸 책상에 앉은 개 사진도 그러셨듯이 ("네 개니?")
"성실히 살아라"가 또 나오네? 이번에는 내가 좀 발칵했다. 정직하지 않은 사람한테 정직하자라고 말하듯이 불성실한 사람한테 성실하게 살아라라고 하는거 아니냐; 내가 불성실하게 산다고 생각하시냐; 이런 식으로 되물으니 "지금 매우 잘 하고 있습니다"라고 꼬리를 내리셨다. 근데 나는 켕기는게 많거든. 내가 유교보이라서 들은 말들도 많고 말이야. 난 몰아세웠지.
누구는 공무원 몇 급에 누구는 병원 뭐에 하는데 나는 내세울 거 없지 않느냐 자식보람 있다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아들이지 않느냐
더 혹독하게 채찍질하며 산다고 했다.
내가 속으로는 모질지 못한 사람이라 사실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다. 근데 이렇게 먼저 나한테 말한 사람이 누군데. 빙산의 일각이야. 잘못 찌르면 봇물터지듯이 나와버릴텐데? 난 반격할 준비가 되어있어. 마냥 묵묵하게 닥치고 있을 수는 없다.